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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죽음에서 깨달은 것( 1 )

문득현 목사 기자   기사승인 2019.11.01  05:53:41 | 조회수 1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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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내의 죽음

2013년 3월 10일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를 기억하며 삶과 죽음을 곱씹었던 것을 혹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 연재합니다.

아내가 죽어가고 있다. 하얀 커튼이 빙 둘러 있는 병실 안에 우리 둘만 남았다. 의사도 간호사도 간병인도 모두 자리를 피해 어디론가 가버렸다. 의식을 잃고 침대에서 죽어가는 아내와 그 옆에 덩그러니 내가 서 있다. 상상하기도 싫었던 현실이 눈앞에 있다. 최악의 상황이다. 믿기지 않는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현실을 바꿔버리고 싶다. 아내가 잘 잤다고 웃으며 일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손잡고 산책이나 가면 좋겠다.

아내는 의식이 없다. 숨소리가 거칠고 불규칙하다. 심장을 체크하는 그래프가 들쑥날쑥 엉망이다. 남은 숨을 뱉어 내며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모든 것이 충격적이다.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만 해도 아내와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건강해지면 따뜻하고 포근하게 살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아내가 죽어간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간하기도 힘든 거친 숨소리에 의식이 전혀 없다. 누구를 붙들고 통곡을 해야 할지모르겠다.

아내의 나이는 갓 마흔을 넘겼을 뿐이다. 여전히 늘씬하고 아름답고 교양이 있는 여자다. 조용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사람 됨됨이가 좋고 지혜로운 여자다. 공부도 잘했고, 좋은 직장도 있고, 스물일곱 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고 늘씬했다. 어디를 보나 병원 침대에 누워 죽여야 할 사람이 결코 아니다. 적어도 몇 십 년은 더 살면서 세상을 빛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지금 왜 이곳에서 죽어 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모든 것이 다 나 같은 놈을 만나서 이렇게 된 것이 분명하다. 자책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저리도 착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고생시켜서 이렇게 된 것이다. 말할 수 없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안다.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고 있다. 내가 죽고 그녀가 살아야 그것이 바른 세상이다. 그런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지금 아내는 의식을 잃고 죽어가고 있다. 죄 많은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심장이 찢어진다.

뚜 ------,

아내의 심장이 정지됐음을 알리는 신호가 울린다. 아무 표시가 없다. 평행선만 흐른다. 숨소리가 없다. 움직임이 없다. 아내가 죽었다. 사방으로 둘러쳐 있는 병동 하얀 커튼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그녀는 그렇게 마흔 살 생을 마감했다.

아내가 죽었는데 나는 어찌 어정쩡하게 서 있기만 하는 걸까?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고 가장 바보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기만 하냐는 말이다. 정지된 심장 박동기를 바라보며 아내의 죽음만 확인하는 내 모습에 경멸감이 든다. 모든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건강을 되찾으면 따뜻한 제주도에 가서 살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꿈이고 장난인 것이 분명하다.

세상이 정지 된 것 같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세상이 고요하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다. 죽은 아내를 내려다보는 이 상황이 너무나 어색하다.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 얼음처럼 녹아지고 싶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정지된 세상에서 나 혼자만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분명하다. 나도 정지 되어야 하는데, 왜 나 혼자만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 그녀는 없고 나만 있는 이 세상이 너무나 낯설다.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는 사람처럼 그녀는 눈을 감고 누워있다. 죽은 아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손을 어루만진다. 내 여자의 손이다. 움직일 때 더 많이 잡아 줄 걸 그랬다. 아내의 손을 놓고 말없이 일어났다. 멍한 상태로 간호사실로 갔다. 아내가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안실로 옮기기 위해 이사람 저사람 왔다 갔다 하며 분주하다.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정말 이상한 느낌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봤다. 모든 것이 영화의 슬로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제발 아무도 모르게 얼음처럼 녹아져서 내가 없어지면 좋겠다. 상황을 마무리해야하니까 서 있기는 하지만 너무 부끄럽고 힘겹다. 수치심과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다. 죽어서 누워 있는 아내 옆에 뻔뻔하게 서 있는 내 모습이란 정말 가증스럽다. 가느다랗게 누워있는 젊은 아내와 그 옆에 꼬장꼬장하게 서 있는 내 모습이 정말 역겹다. 너무 슬프다. 가족과 지인들이 하나 둘 병실로 모여든다. 그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이런 거구나. 이런 거였어.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온다. 산다는 것이 이런 거란 말이지......,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가는 것이 인생이구나.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다가 가는 거야.’   <10회까지 계속 연재>

 

문득현 목사 hyunnx@naver.net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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