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호모 커넥투스(Homo connectus)

 

이원유 원장 - 연세이원유치과의원원장, 전 연세대 교수, 교정전문의, 워싱턴주립대 교정과 초빙교수, 켄터키대학 구강안면통증센터 초빙교수, 세계치과교정학회, 미국치과교정학회, 구강안면통증학회, 아시아 임플란트학회 회원, 아시아 두개안면장애학회 회원, 대한치과교정학회 정회원,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회원

설날이다. 설날이란 말의 기원은 새롭다는 뜻의 ‘설’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명절은 예전 농경사회의 문화가 녹아 있다. 차례를 지내고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를 하면서 가족과 동네의 친목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사뭇 다른 명절의 의미가 있다. 농경문화가 아닌 산업화 시대의 문화에서 대가족들이나 이웃들과 친목을 추구하는 대신, 바쁜 생활을 떠나 안식하는 연휴의 개념으로 바뀌는 듯하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시대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사회이다.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가상과 현실이 통합되고 사물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유수의 국책연구소, 한국 전자통신연구원은 ‘2020년 AI 7대 트렌드’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부제는 ‘인식을 넘어서’이다. 기존의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인간의식을 모방하는 수준이라고 하면, 이제는 미처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분야와 창작활동으로까지 발전될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를 요약하면 첫 번째, ‘중국 AI, 패권 도전’으로 중국은 미국과 경제, 외교, 군사에서 AI를 앞에 두고 사활을 건 패권경쟁을 할 것이라고 한다. AI 패권 시대의 개막이다. 사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결코 후퇴가 없는 대결투가 일어난다. ‘황야의 결투’가 아니라 태평양을 놓고 벌리는 ‘태평양 결투’이다. 고래 싸움의 새우로 비유되는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역사의 수레바퀴는 자유와 민주를 향하여 굴러왔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원래 외교란 근공원교(近攻遠交)가 예전부터 모든 나라가 써왔던 정책이다. 두 번째,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증강현실과 빅데이터’이다. 이것들을 이용하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현실을 미세한 부분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분석은 새로운 통찰력과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개인의 삶은 물론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세 번째, 인공지능의 창작기능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을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인간의 문명 발전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신체는 그 빠른 속도에 비교해 적응 못 하고 있다. 아직 원시시대의 두뇌를 가지고 현대를 살고 있으므로 변화무쌍한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빠르고 복잡한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 불안과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마취에서 깨어남으로

얼마 전 부분 마취하고 간단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치료가 끝나고 만져본 내 신체는 너무 차갑고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마치 차가운 물건을 만지듯 완전히 무감각 했다. 마취되면 신체와 교감을 할 수 없다. 마취가 풀리고 다시 감각은 돌아왔지만, 차갑고 무감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체든 미래사회이든 소통이 중요하다.

마취는 19세기 즉, 1800년대에 비로소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마취는 고작 술이나 아편을 먹는 게 전부였다. 수술은 죽음보다 무서운 고문으로 여겨졌으며, 수술을 앞두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 집도의에게는 환자를 얼마나 빨리 수술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었다. 19세기 초에 웃음가스가 파티의 오락거리로 소개되었는데, 다치고 피가 흘러도 아프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국의 한 치과의사가 에테르를 사용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마취 주사를 놓고 목 수술을 시행한 것이 공식적인 자료이다. 마취 없이 치아를 빼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기에 마취 주사의 개발이 필연적이었다.

잠깐의 무감각은 수술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의 무감각은 신체 뿐 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고립을 가져온다. 상호교통, 소통이 점차 더 중요한 세상이다. 이제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더욱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겠다. 설날에 그동안 너무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고 무신경했던 내 몸도 돌아보면 좋겠다. 물론 가장 중요한 나의 영혼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도. 우리는 타고난 ‘호모 커넥투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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