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 27명 과학자들

저명한 해외의 공중보건 과학자 27명으로 구성된 그룹은, 끊임없기 제기되고 있는 '중국 우한의 한 연구실이 COVID-19 집단발병의 기원일 수 있다'는 주장과 심지어 과학논문(참고 1)까지도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9개국의 과학자들은 2월 19일 《랜싯》에 기고한 성명에서(참고 2) "이번 집단발병에 대한 데이터의 신속하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공유가, 그 기원에 대한 루머와 오보(誤報)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한에서는 특정한 주장을 콕 집어 비판하지 않았지만, 많은 소셜미디어에 포스팅된 글들은 우한병독연구소(武汉病毒研究所)를 지목하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그곳은 최고수준의 안전성—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을 지닌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연구자들이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들(COVID-19을 초래한 SARS-CoV-2와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 포함)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참고 3). 그런 추측성 주장들 가운데는 '그 연구실에서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거나 '한 연구원이 박쥐 한 마리를 다루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음, 외부 사람들에게 질병을 옮겼다'는 설(說)이 포함되어 있다. 우한병독연구소에서는, 집단발병과 그들의 연구실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참고 4).

과학자들은 이번 성명에서 "우리는 일치된 의견으로, 'COVID-19의 인위적 기원'을 암시하는 음모론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하고, 중국 보건전문가들의 "노력을 괄목할 만하다"고 칭찬하며 다른 과학자들에게 서명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참고 5).

미국의 상원의원 톰 코튼(공화당-애리조나)은 이번달 초 <폭스뉴스>에서 "그 연구실은 최초의 사례들 중 일부가 무더기로 발생한 해산물시장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논란 많은 주장에 기름을 부었다(참고 6). 뉴스에 출연한 코튼은 "우리는 그 질병이 그곳에서 기원한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지만, 중국이 처음부터 표리부동하고 부정직했기 때문에 최소한 관련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이 당초 미국 정부의 제안("과학자들을 중국에 파견하여, 집단발병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도록 도와주겠다")을 거부한 사실을 지적했다.

《랜싯》 성명서의 저자들은 "SARS-CoV-2를 연구한 많은 나라의 과학자들은 압도적으로 '최근 인간에게 점프한 다른 바이러스들과 마찬가지로, 그 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동물에서 기원했다'고 결론지었다"고 지적하며, "음모론은 공포·루머·편견을 초래할 뿐이며, 그 결과 바이러스와 싸우려는 과학자들의 글로벌 협동연구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에코헬스연맹(EcoHealth Alliance)의 회장으로서 이번 성명의 서명자인 피터 다스작(질병생태학)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우한 연구소의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온 사람이다. 그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셜미디어 가짜정보 시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으며, 이런 루머와 음모론 때문에 중국에서 연구하는 동료들이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는 등 부정적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음모론자들에게 매일 공격받고 위협받는 동료들을 뒷받침하고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9개국의 과학자들이 신속히 나서서 그들을 옹호하고, 집단발병의 와중에서 끔찍한 사태를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연대감을 보여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s://twitter.com/OSINTHK/status/1228664201452765185
2.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0)30418-9/fulltext
3. http://www.sciencemag.org/news/2020/01/mining-coronavirus-genomes-clues-outbreak-s-origins
4. https://www.express.co.uk/news/world/1243000/coronavirus-latest-lab-leak-infected-bat-attack-outbreak-patient-zero-bioweapon
5. https://www.change.org/p/government-agencies-and-people-of-the-world-support-for-the-public-health-professionals-of-china-combatting-covid-19?recruiter=1043558664&recruited_by_id=91961730-5252-11ea-8109-1d516ccba104
6. https://youtu.be/Kf12P5nIZug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20/02/scientists-strongly-condemn-rumors-and-conspiracy-theories-about-origin-coronavirus

【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음모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음모론이 파다하다. 캐나다의 공영방송 CBC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위험한 병원체를 연구하는) 위니펙 연구소에서 일하는 중국의 과학자들을 추방한 사건(참고 1)이, 소셜미디어에서 '걔네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밀반출한 스파이다'라고 왜곡되었다"고 한다(참고 2). 우한병독연구소(武汉病毒研究所)는 중국에서 박쥐 및 인간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일류 연구소인데, 인터넷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에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며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무기연구를 연관 짓는 엉터리 이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보도했다(참고 3).

우한병독연구소를 둘러싼 우려는 이번 집단발병 이전부터 제기되었다. 《Nature》는 2017년 그 연구소가 생물안전성 4등급짜리 연구실을 새로 건축한 사실을 언급하며(참고 4), 럿거스 대학교의 분자생물학자 리처드 에브라이트의 의견을 소개했다. 그는 우발적 감염을 우려하며, 베이징에서 SARS를 다루는 연구실 근로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빈발했다고 지적했다(참고 5). 에브라이트는 오래 전부터 위험한 병원체 연구를 비판해 왔으며, 2015년에는 중국에서 유포되는 SARS 유사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변형한 실험을 비판했다(참고 6).

지난주 초, 에브라이트는 "RaTG13(우한병독연구소가 보유한 바이러스)와 2019-nCoV 사이에는 25년 이상의 진화적 거리가 있다"는 워싱턴 대학교 트레버 베드퍼드(생물정보학)의 계산(참고 7)의 정확성을 문제 삼으며, 변이속도는 인간에게 점프하기 전 상이한 숙주들을 거치며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브라이트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2019-nCoV의 데이터는 '자연적 사고'나 '실험실 사고' 중 하나를 통해 인간에게 침입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우한병독연구소의 쉬정리는 《Science》의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오랜 동료인 에코헬스연맹(EcoHealth Alliance)의 피터 다스작(질병생태학)은 에브라이트의 추측을 부인했다. "신종질병과 신종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무슨 병원체나 조작된 바이러스가 유출되었거나 방출되었다고 말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건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논란이나 신화를 좋아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하는데, 우린 그들을 수박 겉핥기로만 알고 있다. 그런 다양한 바이러스 중에는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게 얼마든지 존재하며, 그중 일부가 인간에게 질병을 초래한다."

다스작과 쉬는 8년 동안 중국의 동굴들을 찾아다니며 박쥐들을 포획하여, 똥과 혈액을 수집하여 바이러스를 검사해 왔다. 다스작에 따르면, 그들은 10,000마리 이상의 박쥐와 2,000마리의 다른 종들의 샘플을 수집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약 500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는데, 그중 50가지는 가계도상에서 SARS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RaTG13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2013년 윈난성(雲南省)의 한 동굴에서 수집한 박쥐의 똥에서 검출된 것이다. "그 바이러스의 시퀀스가 신종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주범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박쥐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중에서 지금껏 발견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고 다스작은 말했다. "짐작하건대, 중국의 남부와 중부 전체를 뒤지면 수많은 바이러스가 발견될 것이며, 그중에는 2019-nCoV와 비슷한 게 수두룩할 것이다."

"이번 집단발병의 주범을 찾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주범을 찾지 못한다면, 어느 농장에선가 걷잡을 수 없는 감염이 일어날 것이며, 이번 사태가 잠잠해진 후에도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유출될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blog.naver.com/ksjung7245/221586846376
2. https://www.cbc.ca/news/canada/manitoba/china-coronavirus-online-chatter-conspiracy-1.5442376
3.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0/01/29/experts-debunk-fringe-theory-linking-chinas-coronavirus-weapons-research/
4. https://www.nature.com/news/inside-the-chinese-lab-poised-to-study-world-s-most-dangerous-pathogens-1.21487
5. https://www.the-scientist.com/news-analysis/sars-escaped-beijing-lab-twice-50137
6. https://www.the-scientist.com/news-opinion/lab-made-coronavirus-triggers-debate-34502
7. https://twitter.com/R_H_Ebright/status/122256995247507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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