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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느 유명 목회자의 장례식이 있었다. 영정 주변을 장식한 다소 과장된 국화꽃 제단은 ‘한국교회장’이라 부르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을 만큼 화려했다. 그런데 ‘한국교회장’이라.. 한국교회 역사 가운데 ‘한국교회’라는 통일된 명칭의 행사가 있었던가?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장례를 주관하였으니 ‘한국교회총연합회장’이 정확한 명칭일 것이며, 이것이 소수지만 이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교단에 대한 예의이리라.제단 위에 장식된 검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000천국환송식”못된 짓하다가 십자가에 달린 우편 강도도 마지막 순간 회개하니 갈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9.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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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느 유명 음악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60세에 목사 안수를 받기 전 까지 음악인으로, 그 이후는 캐나다에서 이민 목회를 하신 박재훈, 그의 작품은 우리 귀에 익숙한 여러 찬송가들 -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어서 돌아 오오’, ‘지금까지 지내온 것’등-뿐 아니라, 수많은 동요들-‘송이송이 눈꽃송이’, ‘펄펄 눈이 옵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등-우리 귀에 너무 익숙한 명곡들로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뺄 수 없는 동요가 ‘매미’-“숲속의 매미가 노래를 하면 파란 저 하늘이 더 파래지고 과수밭 열매가 절로 익는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8.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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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땅의 일부일 뿐이다.....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내가 그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저 종이 울리는지, 알아 보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일지니.”어릴적 우연히 보았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포스터- 청년이 되어 소설로 접하고 마침내 헤밍웨이에게 영감을 주었던 존 던(John Donne)의 시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와 인류는 하나이며, 그러기에
주욱중 시선
최원영 발행인
2021.07.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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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기념일이 참 많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이니 말이다. 그중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들이 두드러진다. 어린이날, 어버이 날은 물론 입양의 날(11일), 성년의 날(17일), 부부의 날(21일)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같은 기념일들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몇몇 사건들은 우리들 가정의 현주소가 녹녹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는 두 사건이 그렇다. 하나는 한강에서 일어난 의대생 변사 사건(이하 ‘한강 사건’), 다른 하나는 지난 14일 있었던 정인이 1심 선고(이하 ‘정인이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5.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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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십니까?” “코인하십니까?”- 요즘 20대로부터 은퇴세대에 이르기까지 전세대로부터 흔히 듣는 질문들이다. “영끌”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 “투자 아닌 투기”로 이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오래전 소득 만불 시대에는 “벼락부자” 되기 위해 그런 광풍이 불더니, 소득 삼만불 시대인 오늘날은 “벼락거지”를 면하기 위해 “주식-코인-부동산” 광풍이 분다고 하니 소득지표에 역행하는 경제-사회심리가 참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다.얼마전 이같은 긴장된 사희의 분위기를 그나마 위로해준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렸다.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5.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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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생기없는 뿌리를 깨운다.”- T.S 엘리엣의 “황무지”란 시의 첫 구절이다. 그의 주술(呪術) 때문이런가 한국 현대사 속에는 유독 잔인한 일들이 많았다. 제주 4.3 사건(1948), 4.19 혁명(1960), 4.16 세월호 사건(2014) 등... 어디 그뿐이랴 20세기 교회사 속에서도 4월은 유독 잔인했다. “잔인한 달” , 1945년 4월 9일D. 본회퍼 목사는 20세기의 천재적 신학자 중의 한사람이다. 21살에 신학박사 학위를, 23살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4.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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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당시 정치학의 권위자인 L교수의 정치학 강의를 들었다. 고전적 정치 기술의 하나인 “당근과 채찍”(zuckerbrot und peitsche) 이론을 설명하면서 “채찍”이란 독일어 파이체(peitsche)를 쉽게 기억하는 법을 이렇게 가르쳤다-“파이체”를 빠른 속도로 반복하여 읽으면 “파리채”가 된다고-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막힌 교수법이었다.예수께서도 평생 한번 “파이체”를 잡으신 때가 있다.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요2:15), 성전의 장삿꾼들을 내쫓으신 때이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아야 하는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3.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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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제자의 손목 시계가 눈에 띄어 성철 스님이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머뭇거리던 제자가 어는 신도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 실토하자, 성철 스님이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시계를 바위 위에 놓고 큰 돌로 내리쳐 산산 조각을 내버렸다고 한다. 성철 스님은 평상시 제자들에게 신도들로부터는 어떤 선물도 받지 말 것을 엄히 명하였기 때문이다.새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얼마 전부터 21세기는 “영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견한바 있다. 20세기가 이루어 놓는 물질만능주의 반작용으로, 또 경계가 허물어지는 퓨전(fusion) 시대를
주욱중 시선
최원영 발행인
2021.03.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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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몇 달 동안 작은 절에서 공부한 때가 있었다. 늦게까지 책 읽다가 잠들면 새벽 4시도 전에 기거하던 요사채 앞에 어김없이 목탁이 울려 잠을 깰 수 밖에 없었다. 이른바 도량제(道場祭). 도량제는 새벽 예불 전에 절 마당의 부정한 기운을 내몰기 위해 절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염불을 하는 일인 것이다.교회는 기독교의 도량(道場)이다. 길(道)이요 진리되신 예수그리스도가 머리되신 자리(場)가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란 도량도 끊임없이 부정한 기운의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데, 이른바 사이비와 이단의 위협과 유혹이 그것이다.젊은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2.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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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2천년의 힘: 안거제도"지금 곳곳의 사찰에서는 동안거(冬安居)가 한창이다. 일년중 여름 90일과 겨울 90일 동안 산문(山門)을 걸어 잠그고 화두참구(話頭參究)에 열중하는 안거제도는 한국 불교의 명맥을 2천년 가까이 이어 오게 한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며칠 지나면 동안거(冬安居)를 끝내고 산문을 나가 하안거(夏安居)가 시작되는 날까지 만행(萬行)의 길을 떠날 것이다. 안거는 신앙의 힘을 구심화(求心化)하는 작업이요 만행은 원심화(遠心化)하는 길인데, 이를 통하여 안으로는 상구보리(上求菩提)를, 밖으로는 하화중생(下化衆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2.0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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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성철스님의 전기를 읽었다. 그의 비서실장 격인 원택 스님과의 인연이 특별하다. 연세대 재학 중이던 원택이 여름 방학에 성철을 뵙기 위해 3천배를 하였다. 여러 시간 비지땀을 흘리고 어렵게 만난 성철이 절값으로 원택에게 던진 한마디는 “거짓말하지 말라”였다. 실망한 원택이 씩씩거리며 집에 가서 잠을 청하는데, 마음 속에 계속 머물던 성철의 한 마디로 인해, 원택은 머리를 깎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2021년 새해가 들어오면서 최바울이란 이름이 핫(hot)하다. 관심 밖의 인물이었는데, 교인 몇 사람이 인터콥과 관련된지라
주욱중 시선
주욱중 논설위원
2021.01.1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