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온 편지 ②

최영삼 목사 (예장통합, 광양 태인교회)
최영삼 목사 (예장통합, 광양 태인교회)

매미소리가 멈추질 않는 칠월의 마지막 월요일 오전입니다. 폭염주의를 알리는 문자가 뜨고, 선풍기는 새벽부터 돌아갑니다. 몽돌해수욕장에 가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1978년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단체로 방어진 울기등대에 있던 청소년수련관에 입소했습니다. 새벽파도 소리가 얼마나 시끄럽던지 잠에서 깨어 바다로 나섰지요. 바다에는 파도소리로 고요했습니다. 배들이 멀리, 가까이에 보였고, 제법 큰 돌들로 바닷가는 채워져 있었습니다. 앉기 좋은 돌에 앉아 발을 바다에 담았지요. 멍하게 바다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차르르르 차아아아차르르 차아아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파도가 몽돌 사이로 파고 들어올 때와 나갈 때에 물이 돌과 돌 사이로 스며들면서 내는 소리였습니다. “, 그래서 몽돌이 이렇게 부드럽구나, 수도 없이 부딪히기를 반복하여 꺼칠하고 날카로운 돌들이 얼굴에 부비고 싶을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럽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자리했습니다. 이후로 저는 몽돌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산속에 있는 돌들, 저 홀로 잘 났다고 그 누구와도 부딪히지 않는 돌은 각이 지고 날카롭습니다.

나이 들면서 좋은 것은 숱한 부딪힘으로, 좌절과 절망으로 동글동글해졌다는 거지요. 대학시절 수업 시간에 제가 손을 들면 학우들이 불안해했습니다. 병장을 달고 그 숱한 병들 앞에서 별 둘 장군을 혼내기도 했습니다. 김영삼정치인이 하루아침에 자기의 노선을 바꾸었을 때, 국회의사당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기도 했고요. 날카로운 돌이었지요.

아이 둘을 키우며, 목회를 하면서 숱한 부딪힘으로 나의 모남이 깨어지고 부셔졌습니다. 꼿꼿했던 강직함은 부러졌고, 실패와 좌절과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수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프게 얻어맞으면서 연약한 자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실패자를 따스한 눈으로 보게 되었고, 실수하는 자에게 한 발 물러나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직은 어림도 없지만요. 집안 싸움으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을 찾아 무릎을 꿇고 내가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고, 그 어렵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하는 말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옵니다.

 

내 사무실에는 몽돌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소리가 들립니다.

차르르 차아, 차르르 차아, 더 단단해지는 거야, 더 부드러워지는 거야, 모두가 만지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워지는 거야, 차르르르 차아아아, 차르르 차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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