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박사, 본지 논설위원, 총신대 및 한영신대 강사, 주님의교회 담임

우리시대는 좌우의 대립이 심각하다. 좌파와 우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나라에는 좌파와 우파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자유)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명칭은 조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고, 남한의 공식명칭은 대한민국(공화국)이다. 남한과 북한은 “공화국”을 국가체계로 수용하고 있다. 필자는 “공화국”을 태생적으로 좌파적인 개념이라고 평가한다. 공화 정치는 프랑스 혁명(1789-1799)으로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좌파와 우파 개념은 프랑스에서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왕당파(지롱드)-우파, 지롱드(자코뱅)-좌파”이다. 우파는 현존 체제(왕정)를 고수하면서 보수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했고, 좌파는 현존 체계(왕정)을 혁파하면서 혁명적이고 급진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이다.

먼저 좌파 우파 개념은 18세기 프랑스 당시 현존 체계(왕정)에 대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먼저 17세기에 영국 급진파(올리버 크롬웰)는 왕정을 혁파했지만 다시 왕정이 복고되었다. 당시 왕은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 Divine Right of Kings)을 견지했다. 이 개념이 왕권의 절대성을 주장한다고 이해하지만, 고대로부터 왕은 하늘의 신께서 세운 직분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 “왕이 있음”은 “신이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백성은 왕명(王命)을 천명(天命)으로 이해했고, 왕도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으로 받아야 했다. 그런데 17세기 잉글랜드와 18세기 프랑스에서 왕권신수설은 완전히 제거되었다. 지금 “왕”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 북한은 공화정이라고 하지만, 왕권신수설이 유지되는 공화국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한민국도 공화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다(예, 대통령 사면권 등). President는 이승만이 대통령(大統領)으로 창안했다고 한다.

우파는 현존 체계를 유지하고, 좌파는 현존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공화정이기 때문에 좌파적 견해라고 제시했다. 이 안에서 현존 체계(이승만-박정희)를 옹호하면 우파이고, 이것을 부정하면 좌파라는 식의 부류는 좋지 않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공로와 함께 부당하게 권좌에서 내려온 위인들이기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는 대한민국 시작과 부강의 원초를 제공한 위인이지만, 우리시대를 어둡게 한 위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이승만-박정희 체계를 유지하려는 것이 “우파”라는 견해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승만-박정희의 점철은 1980년 광주에서 폭발해서 1988년 시민혁명(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대한민국은 독재-군부 통치 체계를 종료했다. 우리사회에서 대통령직선제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우파”가 “기독교적 사고”로 구축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독교적 사고”는 반드시 기독인만이 취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적 사고는 “공의와 질서 그리고 조화”를 기본으로 한다. 파격적인 제안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우파적인 개념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좌파적 견해라고 할 수 있겠다. 상전벽해, 2017년의 “촛불혁명”이 우리사회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정권을 직접 바꾸는 계기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에서 촛불혁명을 계승하는 정당은 없다. 아무리 정권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변화의 속도가 빠르면 좋지 않다. 미래는 미지이기 때문에 현재에서 미래를 확언하는 태도도 위험하다.

우리시대에 좌와 우를 “친북과 친일”로 구분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미시적이다. 우리나라는 거대 세계 속에 있는 풍전등화와 같은 위치이지, 북한과 일본 관계만을 해결하면 종료되는 수준이 아니다.

본래 좌파와 우파 개념은 신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왕정을 부인하는 것은 곧 신을 부인하는 체계 돌입을 선언한 것이다. 즉 좌파의 기본은 신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상의 뿌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을 섬기는 사람은 좌파에 설 수 없다. 신이 세운 질서(왕)를 부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신을 섬기는 좌파가 있다면, 좌파 개념에 종속된 신을 섬길 것이다.

우리시대에 이승만-박정희 체계는 독재-군부 정권으로 정립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체계를 따르는 것이 우파라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 단순하게 “독재-군부를 지지하는 부류”라고 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민족에게 “몽둥이가 약”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몽둥이 앞에 굴복하지 않을 인간이 누가 있을까? 굴복하지 않는 민족은 죽어 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변방에 떨어진 핵 두 방에 굴복했다. 할복으로 항전했던 그들은 본토에 일본인이 다 죽을 때까지 항전했어야 일본정신에 부합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미국과 우호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우호 관계를 주장하는 것이 우파도 아니다. 미국과 단절을 주장하는 것이 좌파는 더욱 아니다. 그것은 시대와 상황을 읽지 못하는 고집일 뿐이다. 우리시대에 독재-군부를 탈피한 진정한 우파를 형성시켜야 한다. 진정한 우파가 없기 때문에 말도 되지 않는 좌파에 사회가 요동친다.

국민은 선명한 지도자가 아니라 포용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국민은 똑똑한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국민은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지도자를 원한다. 그래서 현재를 비판하는 좌파 프레임은 잘 먹힌다. 그래서 우파 지도자는 오히려 자파 지도자보다 더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탁월해야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 진정한 우파, 공의와 질서 그리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우파를 확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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